연구의 필요성
임상실습은 간호사로서의 자신감과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간호대학생에게 필수적이나[
1],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습 동안 간호대학생들은 여러 신체적 불편감, 스트레스 및 소진감 등을 호소하고[
2], 각종 폭력에 노출되기도 하며[
3], 특히 간호사를 비롯한 환자, 보호자, 의사 등 여러 대상으로부터 무례함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1,
4,
5].
무례함은 집단이나 인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사전적 정의는 존경과 공손함이 부족한 것을 의미한다[
6]. 개념적으로 무례함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가 분명하지 않지만, 상호 존중의 공동체 규범을 저해하는 일탈 행동으로 정의되는데, 이는 행위자가 행위를 하는 의도가 모호하고 행동의 강도가 낮다는 특성을 가진다[
7]. 무례함은 사소한 행위로 시작되지만 상호 간 무례가 반복되다가(tit for tat) 점점 증폭되어 실제 폭력 행위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6,
7].
실제로 간호대학생의 50~100%가 임상실습 중 무례함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1,
4,
5]. 무례함은 주로 언어적인 표현이나 말투로 표현되지만[
1,
5], 부당한 질책, 실제 간호에서 배제되는 행위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8,
9]. 무례함을 경험한 간호대학생은 실습에 대한 만족도가 저하되고, 실습 스트레스와 정서적 탈진, 소진감 등을 호소한다[
4,
5,
9].
간호사로부터 무례한 언행을 경험한 학생들은 간호사가 자신을 적대시한다고 느껴 그를 바람직한 역할모델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1]. 무례함은 간호대학생에게 스스로 간호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게 하여, 결국 학생들이 간호사를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게 하거나, 오래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5,
8]. 또한, 무례함을 경험한 간호대학생들은 차후 자신이 간호사로 임상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실습을 하는 학생들을 비롯하여 다수의 대상자에게 실제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
5,
8]. 간호대학생이 임상실습을 통해 올바른 정체성을 형성하며 간호사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례함의 영향요인을 비롯해 간호대학생이 임상실습 중 경험한 무례함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무례함의 특성상, 가해자가 무례함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특정한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가 그를 무례함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피해자가 무례하다고 생각한 특정 언행이 실상 아무런 목적이나 의도 없이 행해진 것일 수도 있다[
7]. 즉, 동일한 말과 행동에 있어서도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각자가 경험한 무례함은 다르므로, 간호대학생의 개인적 특성과 임상실습 중 경험한 무례함과의 관련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무례함을 탐구한 국외 연구결과는 무례함을 유발하거나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과중한 업무와 책임, 팀 내의 협력과 소통 부족, 팀워크 부재 등 상황적 요소, 리더쉽과 같은 조직적 요소를 주로 제시하였다[
10]. 국내 연구에서도 간호대학생들이 학교와 실습에서 겪는 스트레스, 실습의 암묵적인 규정, 병원의 계층적인 구조와 실정 등 임상실습환경의 맥락적 요소가 무례함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보고되어[
8,
9], 간호대학생의 개인적 특성과 임상실습 중 경험한 무례함 간의 관계에 관한 탐구가 부족하였다.
완벽주의 성향은 개인의 특질이자 특성으로서 매사에 항상 완벽하기를 추구하여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설정하고 그를 성취하기 위해 자신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행동하게 한다[
11].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현실적이며 적정한 수준일 경우에는 개인에게 자기효능감과 자존감을 높여주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과도하면 성취에 대한 압박,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다[
11,
12].
완벽주의 성향은 주로 부모의 양육방식에 강한 영향을 받으나[
11], 무례함과 유사한 개념으로 여겨지는 직장 내 괴롭힘과 연관성이 연구된 바 있다[
13]. 직장 내 괴롭힘이 높은 성과를 강요하는 형태로 가해지는 경우, 피해자는 자기의 유능함을 증명하려고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 불가능한 이상을 위해 과도하게 매진하는 역기능적 완벽주의를 지향하다 자기비판에 빠질 수 있다[
13]. 즉, 개인의 완벽주의 성향은 직장내 괴롭힘이나 무례함과 같이 동일한 집단 혹은 특정 공통 배경을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이 이루어지는 병원 현장은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완벽주의를 지향한다[
12,
14]. 실제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모두 완벽주의 성향이 보통보다 높고, 간호대학생들은 간호사로서 성장하면서 완벽주의 성향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12]. 완벽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간호대학생들은 학업성적이 좋고 회복탄력성이 높아 자신에게 닥친 역경을 이겨내고 긍정적으로 대처한다[
14].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에 부정적 경험인 무례함에 간호대학생의 개인적 특성이자 실습환경에서 중시되고 직간접적으로 강화되는 간호대학생의 완벽주의 성향이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무례함을 비롯하여 간호대학생들이 실습 중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임상 실습환경 속에서 상호 존중하고 소통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함이 강조된다[
15]. 간호대학생의 긍정적인 실습경험은 학생을 지도하는 임상실습현장지도자의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간호대학생과 임상실습현장지도자 간의 관계 형성이 무엇보다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16].
임상 간호사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현장지도자로서 활약하며, 학생들과 관계를 맺고 학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17]. 간호대학생은 임상실습현장지도자, 즉 임상 간호사의 직접적인 돌봄을 받으면서 상호작용하고, 그 곁에서 돌봄을 보고 배우며 궁극적으로 학생 자신의 돌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18].
돌봄은 간호의 본질로 여겨지며 주로 간호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되나, 실상 돌봄이 필요한 대상 즉 동료나 간호대학생 등 누구와도 일어날 수 있다[
17,
18]. 돌봄에서 진정한 핵심은 돌봄을 받는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관여하고 그와 진정한 상호작용을 하면서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있다[
19,
20].
임상실습현장지도자의 적극적인 돌봄은 간호대학생이 총체적이고 진정한 돌봄의 의미를 탐구하도록 유도하고[
19], 간호대학생의 불안을 감소시키며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
21]. 또한, 간호대학생의 긍정적인 직업관의 형성과 간호역량의 향상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17,
18]. 임상실습현장지도자와 간호대학생간의 지지적인 관계의 형성은 궁극적으로는 임상실습환경을 학습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잠재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다[
21].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 경험을 질적으로 파악한 연구를 살펴보면, 간호대학생들은 임상실습현장지도자인 임상 간호사들이 자신을 평가하며 실습을 주도하는 권력을 가졌다고 느꼈고, 시키는 대로 해야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 여겨 눈치를 보며 순종적으로 행동하였다[
1,
8]. 반면 임상 간호사들은 간호대학생들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실습에 임하는 태도가 바르지 못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적극적인 자세가 부족함을 아쉬워하였다[
22]. 이러한 오해와 상충되는 기대는 간호대학생과 임상실습현장지도자 간 밀접한 관계 형성을 저해하고 소통을 억압하여 상호간에 무례함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외에서는 임상실습현장지도자의 돌봄에 대한 간호대학생의 지각을 조사하여 간호대학생과 임상 간호사의 상호관계를 양적으로 측정하고자 시도하고, 임상실습현장지도자의 돌봄이 간호대학생의 역량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18]. 반면 국내에서는 간호대학생과 임상실습현장지도자간의 관계 형성 혹은 상호작용에 대해 양적으로 조사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이를 무례함과 연관지어 분석한 문헌 역시 거의 없었다. 간호대학생이 지각한 임상실습현장지도자의 돌봄을 조사하고 이를 임상실습 중 경험한 무례함과 관련지어 탐구하는 것은 권위적인 병원 분위기 속에서 간호대학생과 임상 간호사 간 위축된 상호관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무례함이 증폭되는 연쇄 고리를 끊어 발생을 억제하는 방안을 도출하는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간호대학생이 임상실습 중 경험하는 무례함은 전문직 간호사로서 성장을 저해하고, 직업적 가치와 의미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임상실습현장에서 발생하는 무례함을 다루기 위해서는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조직적, 환경적 요인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의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간호대학생의 완벽주의 성향과 임상실습현장지도자의 돌봄에 대한 지각을 조사하여 임상실습 중 경험한 무례함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무례함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하고, 원활한 임상실습을 위한 교육과 중재 개발의 기초 자료를 제공하여 바람직한 임상실습지도전략을 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