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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Acad Soc Nurs Educ > Volume 23(4); 2017 > Article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판된 간호학 서적 “간호교과셔” 연구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tend the knowledge about two volumes of Kanho Kyokwaseo (Textbook of Nursing) published in 1908 and 1910.

Methods

The books were investigated from the first to the last pages and compared with other textbooks published during the same period.

Results

The origin of these books was from Hubinyaoshu (Manual of Nursing) published in China in 1904. They were translated by Edmunds, a missionary nurse from America, and Chang Chai-Sun, a teacher at the first nursing school in Korea, along with inspection by Korean teachers who were fluent in English. Kanho Kyokwaseo are user-friendly textbooks in that they are written mainly in Hangul; Chinese and English are added in cases of explicating western scientific terminology and medical terminology, with notes at the top, on the left, and on the right of the page. The contents emphasize reporting and submission to supervisors and doctors. Surgical nursing occupies the largest chapter. Disinfection and hygiene, the advantages of western modern medicine, are dealt with repeatedly and importantly.

Conclusion

Kanho Kyokwaseo was widely used as the first and only nursing textbook published before Japanese occupation and as a publication having upgraded the level of textbooks.

서  론

연구의 필요성

문화재청은 2016년 4월 6일 “간호교과셔” 상하 2권을 등록문화재 제 658호로 등록하였다. “간호교과셔”는 1908년에 출판된 상권과 1910년에 출판된 하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권 다 감리교인쇄소에서 출판되었다(Edmunds 1908, 1910). 문화재청에서는 이 책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간호원 양성학교는 1903년에 서울 중구 정동에 있던 보구여관에 설립되어 있었지만 제대로 된 교재도 없이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불편을 해결하고자 발행한 교과서”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등록문화재로 한 이유에 대하여 “의학사 연구 뿐 아니라 초기의 의학용어 한글번역 연구와 20세기 초기의 국어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또한 상‧하 완본의 소장은 매우 희귀하므로 등록문화재로 등록하여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 [CHA], 2017, p.33)고 기술하였다.
“간호교과셔”가 간호계에 소개된 것은 2011년 대한간호협회에서 출판한 “한국간호역사자료집 I; 1886-1911”(Oak, 2011)에 1908년에 출판된 상권의 표지사진이 실리면서이다. 그렇지만 “간호교과셔”에 대하여 알려진 것은, 저자인 마가렛 에드먼즈(Margaret Edmunds)가 우리나라의 첫 간호학교를 설립한 선교간호사이고, 상권은 중국책 “후빙야오슈(护病要术)”의 ‘상반부를 장재선이 초역하고, 에드먼즈가 영어 원문을 보며 긴요한 구절을 증감하여 한국 상황에 맞게 수정한 후, 검열인 여병현, 하란사, 현순, 오세광 등이 감수했다’는 것, 그리고 상권 39장의 목차(Oak, 2012) 정도가 전부이다.
이 글은 우리나라의 첫 간호교과서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간호교과셔”에 대하여 탐구하여, 이 책에 관한 지식과 이해를 넓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일차적으로는 “간호교과셔”가 어떤 외형을 하고 있는 책인지, 상권과 하권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로 알려진 에드먼즈 뿐 아니라 번역 및 검열에 기여한 한국인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였으며, 당시 간호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떤 교재를 활용하고 있던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통하여 “간호교과셔”가 준비되어 출판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출판된 다른 서양 의학 교과서, 일반 교과서와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과 의의를 가지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간호교과셔”에 대한 지식이 확충되고 이해가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간호교과셔”가 출판된 20세기 초, 서양선교간호사를 통하여 소개되고 시작되던 우리나라의 간호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인식의 지평이 확장될 것이다.

연구 방법

연구 설계

본 연구는 1908년과 1910년 출판된 “간호교과셔”를 주요 일차사료로 하여 그 모습과 내용을 분석하고, 당시 간호 교육과 관련 인물에 대한 추적을 통하여 출판 배경과 과정을 확인하며, 당시 여타 교과서와 비교한 역사학 연구이다.

주요 일차사료와 분석

“간호교과서”의 분석을 위하여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상권과 하권을 입수하여 각각의 표지부터 마지막 쪽까지 인쇄된 모습, 전체적 구성, 목차와 내용 등을 살펴보았다. 간단한 서지학적 정보와 본문 목차만 알려져 있었던 상권 뿐 아니라,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는 외부에 존재도 알려져 있지 않던 하권 역시 표지부터 마지막장까지 살피고 분석하였다.
다음으로는 이 책의 저자인 에드먼즈와, 번역 및 검열에 참여한 한국인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추적하였다. 이를 위하여 당시 선교, 간호교육, 영문 번역 등에 관여한 한국인 중에 “간호교과셔”의 번역 및 검열에 참여한 인물과 같은 이름인 사람을 찾고, “간호교과셔” 번역 및 출판 시기의 행적을 비교하여 동일인인지를 판단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당시 간호교육에서 사용되던 간호 교재는 어떤 것이 있었고, “간호교과셔”는 어떤 과정을 통하여 출판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2011년 대한간호협회에서 출판한 “한국간호역사자료집 I; 1886-1911”(Oak, 2011)에 수록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선교사와 선교회 등에서 생산한 각종 보고서, 기사 등이 주로 활용되었다.
논의에서는 “간호교과셔”의 서지학적, 내용적 특징과 의의를 밝히는데 주력하였다. 특히 당시 출판된 각종 서양의학 교과서, 일반 교과서 등과 비교하여 “간호교과셔”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이를 통하여 “간호교과셔”의 특징을 도출하였다.

기술(記述)상의 특징

연구 결과를 기술하면서 “간호교과셔”에 나온 표현과 용어는 되도록 원문에 나타난 그대로 사용했지만, 명백한 오류는 수정하였고, 이해를 돕기 위하여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오늘날의 표준에 따라 표기하였다. 기타 학교 이름이나 책이름 등의 고유명사 역시 당시 명칭대로 기술하였다.

연구 결과

“간호교과셔”의 모습

각각 1908년과 1910년 서울 감리교인쇄소에서 출판한 “간호교과셔” 상하권은 한지(韓紙)가 아닌 고급의 양지(洋紙)로 이루어졌으며, 1880년 주조되어 대한제국기에 많이 사용된 주석 활자인 신연활자(新鉛活字)로 인쇄되었다. 제본은 내지 뿐 아니라 두꺼운 재질의 종이로 된 표지까지도 반으로 접고 여러 장을 겹쳐서 책 표지와 함께 실로 꼬매는 방식으로 하였다(CHA, 2017).
상하권 겉표지의 오른쪽 위편에는 세로로 “간호교과셔”라고 별도의 종이에 인쇄한 것을 붙였다. 상하권 모두 세로쓰기로 되어 있으며, 영문으로 된 일부 쪽만 가로쓰기로 되어 있다.
상권의 겉표지를 넘기면 한글로 된 속표지, 영문으로 된 속표지, 영문 시, 한글 서문, 영어 목차, 한글 목차, 그리고 본문이 차례로 이어진다. 한글 속표지에는 세로로 세줄 글씨가 있는데, 차례로 “쥬강생일천구백팔년 감리교인쇄소 출판”이라는 서기 출판 연도와 출판사, “간호교과셔 샹권”이라는 책 제목, 그리고 “대한륭희이년 무신”이라는 대한제국 연호 출판 연도가 나타나 있다. 다음 쪽은 가로로 “TEXT BOOK OF NURSING PART I. Translated and adapted form the Chinese MANUAL OF NURSING(護病要術) by MARGARET J. EDMUNDS assisted by MESSRS. CHANG CHAI SUN, YUH PUNG HYUN, HYUN SOON, O SAE KOANG, AND MRS. NANSA HA. Methodist Publishing House, Seoul Korea. 1908”라고 영문으로 이 책의 서명, 권차, 원본, 번역자와 기타 도와준 사람의 성명, 출판사와 출판 연도를 밝혔다
그 다음 쪽에는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존 휘티어(John Whitier, 1807-1892)가 1892년에 발행한 시집 중에서 젊은 의사에게 주는 종교시 ‘The Healer’ 중의 일부분이 영문으로 소개되어 있다(CHA, 2017).
그 다음 두 쪽에 걸쳐 “간호교과셔 서”를 통하여 이 책의 목적과 편저라는 것, 번역인 및 검열인의 이름을 기술하였다. 즉, 이 책의 목적은 “대한 간호원 학도들을 양성”하기 위한 것으로, “한문 원본에서 우선 반만 번역하여 낸것이오 본인이 또한 간간히 긴요한 구절을 증감”하였다고, “후빙야오슈”의 반을 번역했지만 완역은 아니고 에드먼즈의 판단에 따라 늘이거나 줄인 부분이 있음을 밝혔다. 또한 “번역인 장재선, 검열인 려병현, 하란사, 현순, 오세광”을 기술하여 에드먼즈와 함께 장재선이 번역하였고, 기타 한국인들은 검열에 참여하였음을 분명히 하였다.
다음은 영문과 한글 목차인데, 먼저 두 쪽에 걸쳐 영문으로 목차(contents)를 “1. INTRODUCTION”에서 “39. Preparation of Patients for Operation”까지 기술하였다. 그 다음에는 네 쪽에 걸쳐 한글로 “간호교과셔 목차”를 기술했는데, “一 총론”에서 “三十九 몽혼할 병인을 예비함”까지 숫자는 한자로, 목차는 한글로 하였다.
상권의 앞부분과 119쪽으로 이루어진 본문은, 각 면당 네 둘레가 모두 두 선이며 바깥 선이 굵은 사주쌍변(四周雙邊) 테두리에 11행 25자를 원칙으로 조판되었다(CHA, 2017). 한글로 된 면은 좌우 난 바깥쪽 여백에 서명, 목차명과 쪽수가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서문과 한글 목차, 본문은 각각 별도의 쪽으로 시작하여, “간호교과셔 서 일”, “간호교과셔 목차 일”, “간호교과셔 총론 일”, “간호교과셔 신체 십일” 등의 면주(面註)가 있다. 또한 새로운 목차가 시작되는 쪽의 위 여백에 목차를 영문으로 표기하였다.
본문은 한글을 원칙으로 하되, 숫자는 괄호 안의 한자, 즉 (一) 등으로 표기하기도 하였다. 어려운 말은 한글 다음에 괄호 표기를 하고 작은 글자로 뜻을 적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8쪽에는 “테율(통사정하야구제함)”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근대 의학용어나 과학용어는 필요에 따라 한글 뒤에 괄호 표시를 하고 한자나 영어를, 때로는 둘 다 병기하였다. 예를 들어 11쪽에서는 “두부(頭部)”, “골격(骨格)(Skeleton)”, 40쪽에서는 “탄산깨쓰(Nitrogen gas)”, “산소(Oxygen)”라고 표기한 것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전문용어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기는 그 외에도 다양하게 나타나서 36쪽에서는 심장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문선(門扇)곧첨판막이라”이라는 설명을 작은 한글로 달았다.
총론과 해부생리 부분 마지막 쪽, 그리고 본문 맨 마지막 쪽 등 세 곳에는 성경구절이 있다. 예를 들어 10쪽 총론 맨 끝에 “우리 안에 거처하시는 성신을 힘입어 네게 부탁한 아름다운 것을 지키라 디모세 후 이장 십사절”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본문 내용의 이해를 돕는 5개의 그림이 있는데, 전신골격도, 전신근육도, 전신신경도가 각 한쪽씩 있고 수술실에 대한 설명 중간에는 수술실 배치도가, “이불 떠드는 기계” 부분인 99쪽에는 “Bed Cradle” 그림이 있다.
하권의 속표지에는 세로로 “주강생일천구백십년”이라는 서기 출판 연도, “간호교과셔”라는 서명, “대한륭희사년 경술”이라는 대한제국 연호 출판 연도가 나타나 있다. 그 다음 쪽에는 영문으로 “Textbook of Nursing Part II, Translated and adapted form the Chinese MANUAL OF NURSING(護病要術) by MARGARET J. EDMUNDS assisted by MESSRS. CHANG CHAI SUN, YUH PUNG HYUN, HYUN SOON, AND KIM CHUNG CHIN Methodist Publishing House, Seoul Korea. 1910“이라고 되어 있는데, 권호가 2권인 점, 한국인 중에 바뀐 사람이 있는 것만 상권과 다르다.
하권은 상권과 달리 서문도 목차도 없이 바로 본문이 시작되는데, “외과간호법 속론”으로부터 시작하여, “병인간호법”, “내과간호법”, “산모간호법”, “어린아이의 병 간호법” 등 크게 다섯 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면당 테두리가 사주쌍변으로 되어 있다는 점은 상권과 같지만, 한 면의 테두리 안이 16행 39자 전후로 되어 있어서 11행 25자인 상권보다는 글자가 작고 전체가 빽빽한 느낌이 든다(CHA, 2017). 각 면의 좌우 난 바깥에 편명과 함께 우리말 쪽수가 있어서 “외과간호법 일” 등으로 표기된 점은 상권과 같다. 테두리의 상단 여백에, 아래 본문 내용의 목차가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것도 같다. 예를 들어 1쪽의 “외과간호법 속론”이라는 편명 위의 테두리 위쪽 여백에는 “SURGICAL NURSING 2”, 출혈에 관한 내용 테두리 위쪽에는 “Haemorrhage”, 같은 쪽 지혈법 설명 위는 “Method of Stopping Haemorrhage”가 면주로 표기되어 있다.
기타 한글을 원칙으로 한 점, 필요에 따라 괄호 안에 단어의 뜻을 설명하거나, 한자 또는 영어를 표기한 점은 상권과 같다. 그렇지만 중간에 성경구절이나 그림이 삽입은 전혀 없이 본문 138쪽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호교과셔”의 본문 내용

“간호교과셔” 상권 본문의 목차는 1번부터 39번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지만, 내용상 크게 세 개의 장, 즉, “병인 간호하는 총론”(1-10쪽), “신체를 반드시 알 것”(11-44쪽), “외과 간호법 1”(45-119쪽)로 나누어진다.
하권의 본문은 “외과 간호법 속론”(1-26쪽), “병인 간호하는 요법”(27-74쪽), “내과간호법”(75-104쪽), “산모 간호법”(105 -126쪽) 그리고 “어린아이 간호법”(127-134쪽)의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권 본문의 첫 장에 해당하는 “병인 간호하는 총론”에서는 예수가 병인을 고치고 사람을 사랑하라고 한 것은 병인을 보호하고 도와주라는 뜻이다, 옛날에 영국에서는 천하고 나이 많은 여성이 간호를 했지만 이제는 간호를 배우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되었다, 병인을 간호하는 자는 인내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등을 기독교적 비유를 들면서 설명하였다. 그리고 병인 간호하는 직분을 가진 사람의 본분은 의원의 명령을 순종할 것, 병상을 주야로 살펴서 의원에게 알릴 것, 병인이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해줄 것,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두 번째 장에 해당하는 “신체를 반드시 알 것”에서는 인체의 해부생리를 간단하게 다루었는데, 먼저 “전신골격도” 그림 후에 골격과 관절의 기능과 종류를 16쪽에 걸쳐 설명하고, 다음 “전신근육도” 후에 근육의 기능을 소개하고, 수의근과 불수의근을 나누어 설명한 후 “쥐나는 일”이 있을 때 대처법을 덧붙였다. 다음 “혈맥의 순환하는 일”에서는 “피의 기관”이 심장, 동맥관, 정맥관, 모세관 등 네 가지 있다는 것과 피의 순환, “심장 운동하는 때 일이라”, “피 운행하는 차서”, “호흡의 일”, “폐장의 조직”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마지막 쪽에 “전신신경도”를 배치하였다.
세 번째 장에 해당하는 “외과 간호법 1”은 “간호교과셔” 상권 본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부분이다. 시작은 “간호하는 일을 맡은 자 응당 그 마땅히 할 일을 할지니 첫째는 마땅히 그 상처를 깨끗이 하여 독한 고름의 정형이 없게까지 하며 둘째는 마땅히 아래 기록한 바 모든 법을 연습하여야 비로소 능히 의원을 도와 치료하는 일에 있어서 독한 고름의 정형이 없는 효험을 얻을 것이고, 셋째는 마땅히 각 물건의 썩는 원인과 약간 병의 증세가 다 미균(微菌)으로부터 오는 줄을 알지니라”라고 세균의 존재와 소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미균이 병에 상관되는 이치”, “미균 전염하는 연고”에서 그 근거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다음으로는 청결과 소독 개념의 적용을 “병인방 공기를 깨끗게 하는 법”, “쓰는 물을 깨끗하게 하는 법”, “만져서 전염되는 것을 깨끗하게 하는 법”, “간호원이 자기를 깨끗이 하는 법”, “병인을 깨끗이 하는 법”, “대야와 쟁반 소독하는 법”, “모든 기계 소독하는 법”, “오줌누이는 기계 소독하는 법”, “스폰지를 깨끗이 하는 법” 등으로 소독 대상에 따라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다음은 외과 수술과 처치를 위하여 알아야 할 내용이 나오는데, “혈관 잡아매는 실 쓰는 법”, “상구(傷口)에 꿰여매는 실 예비하는 법”, “상처 싸매는 물건들 소독하는 법”, “몽혼방 간수하는 법”, “패독약물론”, “기름고약론”, “각색기름론”, “상처 싸매는 종류”, “외과기계론”, “이불 떠드는 틀론”, “잡아달려 늘이는 법”, “잇히시브블래스터론”, “밴디지론”, “인도고로 만든 모든 물건론”, “의원 병볼때에 쓸 것을 예비하는 론”, “째는 일의 예비론” 등으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간호교과셔” 하권은 상권에 이어 “외과간호법 속론”으로 시작하는데, 수술 및 처치를 마친 환자에 대하여 알고 중재해야 할 것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먼저 출혈에 대한 이해와 지혈방법에 대한 내용이 “상처에서 피 흘리는 자를 간호하는 법”, “피 그치게 하는 법”, “피가 그쳤다가 다시 흐름”으로 나누어 소개된다. 이어 전신마취 수술 후 환자에 대한 내용이 “몽혼한 후에 간호하는 법”, “병인 몽혼한 후에 먹이는 음식”에서, 기타 외과적 처치와 간호에 관한 내용이 “드레씽쓰(Dressings) 바꾸는 법”, “불이나 끓는 물에 데여 상함을 의논함”, “오줌누이는 기계(catheter)를 깨끗이 하는 법”, “큰 기관 째는 일 전후에 마땅히 어떻게 간호하는 법”, “임질병 짼 후에 간호하는 법”, “톱기계로 베인 후에 어떻게 간호함”, “배를 짼 후 간호하는 법”, “안청을 짼 후에 그 간호하는 법”에서 기술되었다.
하권의 두 번째 장에 해당하는 “병인 간호하는 법”은 하권에서 가장 많은 분량인 47쪽을 차지한다. 첫 부분은 “무릇 간호원 직분을 맡은 자 마땅히 자기 몸을 보중함으로 요긴한 일을 삼을지니”로 시작하여 간호사의 자기관리를 강조했는데, 특히 “세수하고 목욕함으로 몸을 깨끗이 함”, “자고 깨는 일”, “운동하여 몸을 폄” 등으로 청결과 규칙적 생활, 운동을 강조하였다.
다음은 일반적 병실 관리에 관한 업무를 “병인방 일”, “침상 닦는 일”, “이부자리론”, “대소변 그릇 쓰는 론”, “약잔 닦는 론”에서 다루고, 감염의 주의를 “병인방에 공기를 통하는 론”, “전염되는 병 론”, “창병과 임질 간호법”, “전염병인을 막아 끊는 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다음은 “간호원이 마땅히 마음을 써 병인의 정형을 살펴보아 간호원장에게 고할것이오 간호원장은 의원에게 전차로 고할지니라”라고 하여 간호사는 간호관리자에게, 그리고 간호관리자는 의사에게 보고하는 상위 보고 체계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보고해야 할 것을 “신체의 일”과 “영성의 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다음은 “신체와 영성의 병을 간호하는 법”으로 먼저 정신과적 간호인 “혼미한 증을 간호하는 법”, “미친증을 간호하는 법”, “병인을 평안하고 고요하게 하는 법”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기본간호술에 해당하는 사항인 환자복 갈아입히기, 침상목욕, 환자 옮기기, 시트 교환, 욕창 간호, 금식, 환자 식이와 비위관 영양, 투약, 다양한 찜질 제작과 적용, 관장, 목욕, 체온과 맥박과 호흡 측정 등에 관한 내용을 구분해서 기술했다. 해당하는 내용은 “옷을 바꾸어 입히는 법”, “상한 병인의 옷 바꾸어 입히는 법”, “누운 병자 씻기는 법”, “이를 죽이는 법”, “병인을 들어 옮기는 법”, “간호원이 상한 자를 혼자 들어 옮기는 법”, “쓰는 침상론”, “침상 펴는 법”, “방광 짼 병인의 침상 펴는 법”, “반홋이불(draw sheet) 쓰는 법”, “피포(Mackintosh) 쓰는 법”, “홋이불 바꾸는 법”, “변반을 의논함”, “침상 부스럼”, “침상 부스럼을 면하는 법이 세가지 있음”, “음식 마(시)고 먹는 것을 금할 일”, “음식 소화 잘하게 하는 법”, “코로 음식 통하는 기계 쓰는 법”, “약 쓰는 법”, “약 먹이는 법”, “겉으로 약 붙이는 법”, “끓는물 보자 만드는 법”, “아편주(阿片酒)와 그 여러 가지 만드는 법”, “모시씨 찜질하는 법”, “숯찜질법”, “모시씨와 겨자찜질법”, “보리겨 찜질법”, “밀풀찜질법”, “겨자가루 찜질법”, “항문으로 쏘아 들이는 약”, “항문으로 약 쏘아들이는 법”, “목욕하는 법”, “간호원이 병인의 열도와 맥과 호흡의 도수 보는 일을 마땅히 배울 것”, “귀에 물을 쏘아 들이는 법”, “코에 물 대이는 법” 등으로 구분하여 기술하였다.
하권 세 번째 장에 해당하는 “내과간호”에서는 먼저 어떤 경우가 내과인가에 대하여 기술하고, 내과에서는 섭양, 음식 조절, 내외용 약의 세 가지 방법으로 치료한다는 것, 그리고 내과의 종류를 나열하였다. 다음에는 기관에 따라 분류한 “순환기의 병”, “호흡기의 병”, “소화기의 병”, “배설기(排泄器)의 병”, “신경(神經)의 병”을 각각의 특징과 간호법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다음으로는 “열병론”에서 정상체온과 열이 오르는 이유, 감염의 원리, 감염 방지와 고열 환자 치료법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고열이 나타나는 주요 감염병인 “학질론”, “장열병”, “타이페스 열병”, “역질병”, “인후병”에 대하여 각각 기술하였다. 마지막 “총론”에서는 아픈 환자를 잘 돌볼 것과 소변줄 사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정성을 다하여 환자를 간호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하권 네 번째 장에서는 산과 간호를 “산모 간호법”과 “갓난아이 간호법”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먼저 산모 간호법에서는 소독이 중요하다는 것과 의복 교환 및 소독법, 산모 뿐 아니라 영아도 간호한다는 것을 간단히 기술하였다. 다음으로는 분만 과정 등에 따라 “해산에 마땅히 예비할 물건”, “침상 예비하는 일”, “의원 청하는 시간”, “피나는 것을 면하는 방법”, “피빛을 분별하는 법”, “두쉬하는 법”, “산모의 발열되는 것을 간호하는 법”, “진맥하는 법”, “병인을 정히 씻는 일”, “해산 전에 젖을 보호하는 일”, “해산 후에 젖을 보호하는 일”, “어린아이 보호하는 일” 순으로 기술하였다.
“갓난아이 간호법”에서는 “탯줄 베는 법”, “눈을 보호하는 법”, “목욕 시키는 법”, “대변보는 일”, “소변 누는 일”, “젖먹이는 법”을 기술한 후, “손으로 젖 먹이는 법”에서는 차관, 숟가락, 병을 사용하되 깨끗이 할 것을 강조하였다. 다음 “어린아이 먹이는 음식”에서는 생후 일주일, 한 달, 세 달로 나누어 먹이는 음식과 방법을 기술하고 기본 재료라고 할 수 있는 “의이미음 만드는 법”, “석회수 만드는 법”, “단백물 만드는 법”을 설명하였다. 다음으로는 “어린아이 우는 연고”에서 영아가 우는 다양한 이유를 설명하고 “간호원의 매일 보고”에서는 산과에서 간호사가 차트에 기록하고 의사에게 알릴 내용을 아침과 저녁 체온, 맥박, 호흡, 과다 출혈과 색이 비정상인 출혈, 산모와 아기의 대변 횟수, 산모와 아기의 수면, 아기의 섭취와 구토, 산모 젖의 염증 징후, 산모의 두통과 복통, 탯줄 떨어진 것 등으로 1번에서 8번까지 숫자를 붙여 명확히 기술하였다.
“간호교과셔” 하권의 마지막 부분인 “어린아이의 병 간호법”에서는 먼저 어린이가 표현을 잘 하지 못하니 잘 살펴야 한다는 것과 약을 잘 먹여야 한다는 것, 약 먹이는 방법을 기술하였다. 또한 옷 입히기, 어린이 이상 증상의 특징 등 어린이를 간호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과 차이점 들을 자세히 기술하였다.

“간호교과셔”를 만든 사람들

● 편역자 마가렛 에드먼즈

“간호교과셔”는 상권 서문에서 “이 책은 대한 간호원 학도들을 양성하기 위하여 한문 원본에서 우선 반만 번역하여 낸거시오 본인이 또한 간간히 긴요한 구절을 증감하여 간호과정에 적당케 한것이나....(중략) 엠, 제, 에드먼쓰 서 번역인 장재선 검열인 려병현 하란사 현순 오세광”이라고 하여 이 책이 나오는데 기여한 사람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따르면 “간호교과셔”는 한문책을 번역했지만 완역은 아니고 에드먼즈가 본인의 판단에 따라 내용을 가감하였다. 따라서 에드먼즈는 “간호교과셔”의 저자라기보다는 편역자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에즈먼드(Margaret Edmunds, 1871-1945)는 1871년 캐나다 온타리오의 감리교 집안에서 출생하였다. 1892년 미국 미시건 대학 간호학교(University of Michigan Nurses’ Training School)에 입학하여 1894년 졸업하였다. 1895년 오하이오(Ohio) 주 털리도(Toledo)시의 킹스 도터스 유니온(King’s Daughters Union) 소속 방문 간호사가 되어 빈민 환자를 돌보았다(Oak, 2012). 그러던 중 한국에서 활동하던 선교 여의사 메리 커틀러(Mary Cutler)의 강연을 들은 것을 계기로 북감리회 해외여자선교회에 선교 지원서를 보냈고, 1902년 4월 한국 간호 교육 선교사로 임명되었다. 에드먼즈는 커틀러 의사 등과 동행하여 1902년 9월 3일 뉴욕 항을 출발하여 6개월 후인 1903년 3월 1일 서울에 도착하였다(Harrison, 1928). 에드먼즈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보구여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간호학교 출범을 준비하여 그해 12월 보구여관 간호학교가 시작되었고, 보구여관 간호학교의 교장이자 유일한 전임 교원이 되었다. 1907년 해리슨 목사와 결혼하면서 서울을 떠나 전라도 목포와 군산 등에서 목사의 아내로 선교사업에 종사했다.

● 번역인 장재선, 검열인 여병현, 현순, 하란사, 오세광, 김정진

“간호교과셔” 상하권을 에드먼즈와 함께 번역한 장재선에 대하여는 알려진 것이 없다. 1909년 보구여관 간호학교에서 장씨라는 인물이 산수, 한글 쓰기, 한자와 받아쓰기를 가르쳤는데(Morrison, 1909), 이 장씨가 “간호교과셔”를 번역한 장재선으로 추정된다.
“간호교과셔” 상하권의 검열인인 여병현은, 1867년 황해도에서 출생한 여병현(呂炳鉉, 1867-?)으로 추정된다. 여병현은 1890년대에 일본에 건너가 공부하다가 1896년 미국 하버드대학으로 유학하였으며, 5개월 후 다시 영국 할레이 대학으로 가서 3년간 공부하였다. 1899년 귀국하여 배재학당에서 교편을 잡는 한편, 영국영사관의 통역을 담당하였다. 1904년 YMCA 창설 멤버의 한 사람이 되어 한성기독청년회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근대적 학교 설립과 교육에 열심이어서 1900년에는 사립 흥화학교 교사를 지냈고, 1908년에는 신명학교 설립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1908년에는 월간 여성지 “가정잡지” 사원을 지낼 만큼 여성문제에도 관심과 식견이 있는 인물이었다(Academy of Korean Studies, 1991). 여병현은 “간호교과셔” 검열 이외에도 전도사 제임스 맥콘키(James McConkey)의 책을 두 권 번역하여 1911년에 야소교서회에서 출판하였다. 한권은 “Believing is Seeing”을 번역한 “믿는 것이 보는 것이라”이고, 다른 한 권은 “Safety”를 번역한 “안보함”이다.
“간호교과셔” 상하권의 검열인인 현순은, 1919년 삼일운동 당시 목사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그 뒤 상해 임시정부 수립에 적극 활동하고 외무차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한 독립운동가 현순(玄楯, 1880-1968)으로 추정된다. 1897년 관립영어학교에 입학했으나 서양인 교장의 고압적 태도에 반발하여 쫓아내려고 하다가 실패하고 학교를 떠났다. 1899년 일본 유학을 떠나 도쿄의 순천중학교에 입학하여 1902년 졸업하고 귀국하였다. 일본유학 시절부터 기독교신자가 되었고 1903년 동서개발회사(East-West Development Company) 직원으로 하와이에 가서 여러 교회를 건립하면서 목회 과정을 마쳤으며, 1907년 귀국하였다. 이후에는 정동제일교회에서 설교하기도 하였고, 배제학당 교사로서 영어, 수학, 과학, 세계사 등을 가르쳤으며, 1911년부터 상동교회 일을 맡아보기 시작하였다(Han, 2002).
“간호교과셔” 상권의 검열인 하란사(河蘭史, 1868-1919)는 여성 교육자이며 여성운동가로 유명한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이화학당에서 공부하다가 1895년 한국 여성 최초로 유학을 떠나 일본을 거쳐 1897년 미국 오하이오 웨슬레이안대학(Ohio Wesleyan University)에서 신학을 공부하여 1906년 한국 여성 최초로 학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귀국한 후에는 이화학당 총교사 겸 기숙사 사감으로 부임하여 실무 총책을 맡았고, 1910년 이화학당에 대학과가 개설된 후에는 대학과 교수로도 활동하였다. 그밖에 상동예배당에 여자 영어반을 개설하고, 1909년에는 관립과 사립 여학교 연합으로 여자장학회를 조직하고 총무를 담당하는 등, 여성고등교육의 필요성과 목표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였으며 이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Kim, 2012). 하란사는 “간호교과셔” 검열인으로 참여한 이외에도, 고열 환자를 돌보는 방법과 환자용 요리 조리법을 번역하여 보구여관 간호원 양성소의 교육에 사용되도록 하는 등(Morrison, 1910) 간호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간호교과셔” 상권의 검열인 오세광에 대하여는 알려진 것이 없다. 1915년 조선야소교서회에서 출판한 “삼대비결(三大祕訣): 성령받는 세가지 비”(Oh, 1915)의 역자 오세광과 같은 인물로 추정된다.
“간호교과셔” 하권의 검열에 참여한 김정진은 보구여관 간호원양성소에서 산수를 가르친 ‘김씨’(Cutler, 1911)이자, 훗날 김호(金乎)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정진(金廷鎭, 1884-1968)으로 추정된다. 김정진은 1900년 한성중학교에 입학하여 1904년 1회로 졸업한 후 학부 주임관 6등으로 교관에 임명되었다. 이후 기독교와 민족주의 계열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여, 1904년부터 3년간 인천 예수교 부속 영화학교 교사로 근무하였고, 서울로 돌아와 청년학원, 기호학교, 융희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며, 1908년 배화학당, 이화학당에서 교사로 근무하였다. YMCA의 영어과정을 졸업한 후, 1912년 상해 상해전차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19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이름을 김호로 바꾸었다(Jung, 2005).

“간호교과셔”의 출판 배경과 과정

개항 이후 설립된 여러 서양식 병원에서 견습 형태의 간호 교육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들 병원에서는 한글로 번역된 교재를 활용하였다. 보구여관에서는 1888년 서양인 여의사들이 조선인 여자 조수들에게 약물학, 치료법, 생리학 등을 가르칠 때부터 이화학당 교사 조세핀 페인(Josephine Paine)과 룰루 프라이(Lulu Frey)가 번역한 생리학 책 “전체공용문답(全體功用問答)”을 사용하였다(Cutler, 1899). “전체공용문답”은 1899년 정식 출판되었는데, 전문 68쪽의 교과서로 10장으로 나누어 인체의 각 부분 구성, 기능, 위생에 관한 내용을 문답식으로 해설했으며, 1902년과 1908년에 계속해서 2, 3판의 수정 증보판이 나왔다(Ehwa 100 year History Compilation Committee, 1986). 1903년 보구여관에서 간호교육을 시작할 때 활용할 수 있었던 유일한 한국어 서양의학 교재가 바로 이 “전체공용문답”이었다(Training school for nurses, 1905).
1903년 12월 우리나라 최초의 정규 간호교육기관으로 보구여관 간호학교가 출범하면서 교육에 시급한 내용으로 가장 먼저 번역이 이루어진 것은 “규칙책”이었다. 간호학교의 선교사들은 간호교육을 받기 시작한 조선인 여성들이 간호사의 임무를 알도록 일련의 규칙과 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전도부인 황메례가 학식 있는 조선인 남성과 번역하도록 하였다(Cutler & Edmunds, 1904).
두 번째로 번역되어 활용된 것은, 1880년 뉴욕병원 간호학교를 졸업한 클라라 위크스(Clara Weeks)가 저술한 “Textbook on Nursing”이었다. 1885년 초판이 출판된 이 책은 미국 최초로 간호사가 쓴 교과서로서 개정을 거듭하며 널리 사용되었다. 위크스는 간호가 훌륭한 성품 그 이상이라는 것을 강조하였고, 간호학교의 기대수준을 표준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간호사에게는 약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 의료계의 문제점을 극복하도록 책 마지막 부분에 에테르, 산소 등 약 100개의 약 목록을 제시함으로써 간호사 자신이 취급하는 약 이름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Flaumenhaft & Falumenhaft, 1987) 보구여관에서는 여러 사람이 각자 필요에 따라 이 책을 부분적으로 번역하여 간호교육에 활용하였다(Training schools for nurses, 1905).
이후 연이어 간호교육에 활용할 교재의 번역이 이루어졌다. 특히 1908년 세브란스의학교를 제1회로 졸업한 한국인 의사들이 간호교육에 합류하면서 활발하게 간호교재를 번역하여 활용했는데, 이미 여러 권의 의학교재를 번역한 김필순은 다이아나 킴버(Diana Kimber)의 “해부생리학(Anatomy and Physiology for Nurses)”을 번역하였고, 홍석후는 이사벨 롭(Isabell Robb)이 쓴 “징후의 관찰” 번역본을 사용하였으며, 김희영은 “상용 약물과 독물과 해독제”를 사용하였고, 신창희 의사는 “미터법 무게와 측정”을 가르쳤다(Shields, 1909).
세브란스병원 간호학교의 교장 에스터 쉴즈(Esther Shields) 역시 간호 저널의 글들을 번역하여 교육에 활용하고 있었다. 교재 번역에는 간호학생도 참여했는데, 특히 세브란스병원 간호학교의 첫 학생이었던 김배세는 “간호촬요”라는 번역을 1908년 11월 15일과 30일 2회에 걸쳐 “예수교 신보”에 발표하였다(Kim, 1908). 간호촬요는 “운동과 공기”, “숙식”, “병을 막음”, “손을 간수함”, “정신”, “속히 보는 재주”, “판단함에 재주”, “명령하는 재주” 등의 항목에 걸쳐 간호사가 알고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을 기술하였다. 그 밖에 안나 막스웰(Anna Maxwell)과 에이미 포프(Amy Pope)의 “실용간호학(Practical Nursing)”에 대한 번역을 1908년 진행하여 간호교육에 활용하고 있었으며, 간호 저널에서 뽑은 짧은 글들도 번역하고 있었는데(Shields, 1908), 이를 담당했던 간호학생 역시 김배세로 추정된다.
“간호교과셔”의 원저인 “후빙야오슈”가 조선에 알려진 것은, 1904년 중국에서 간호학 교재로 출판된 이 책을 조선의 선교회에서 받으면서부터였다. 에드먼즈는 바로 번역에 착수하였다. 그렇지만 번역, 특히 출판이 이루어지려면 상당한 액수의 출판비가 필요했고, 간호학생 수가 적었기 때문에 판매로 수익을 바라보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후빙야오슈”의 번역과 출판을 위하여 북감리교 여성 선교사 미네르바 구사펠(Mienerva Guthapfel)은 친구들에게 기부금을 모금하였고, 기부금이 모이면서 1908년 출판을 목표로 번역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Edmunds, 1907).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08년 “간호교과셔” 상권이 출판되었다. 책의 번역과 출판을 담당한 에드먼즈는 1908년 9월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남장로회 선교사 해리슨(William Harrison) 목사와 결혼하고 선교사의 아내로 전라도 목포에서 생활하였다. 1909년에는 첫 아이를 출산했는데(Oak, 2012), 결혼과 임신과 출산의 과정 중에도 하권의 출판을 준비하여 1910년 “간호교과셔” 하권이 출판될 수 있었다.

논  의

선교간호사 에드먼즈와 한국인 교사 장재선이 번역하여 1908년과 1910년 각각 상하권을 감리교인쇄소에서 출판된 “간호교과셔”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출판된 간호학 교재일 뿐 아니라, 번역과 출판의 수준에 있어서 독보적 서적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서양의학 서적 출판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출판된 것은 선교의사 올리버 에비슨(Oliver Avison)이 번역한 “약물학 상권, 무기질”로 1905년에 나왔다. 이후 1910년 8월 일제강점까지 출판이 확인된 서양의학 단행본은 “신편 화학교과서 무기질”(1906), “해부학 권 1, 2”(1906), “신편 생리교과서 전”(1906), “진단학 권 1”(1906), “진단학 권 2”(1907), “피부병진단치료법”(1907), “병리통론”(1907), “무씨 산과학”(1908), “신편 화학교과서 유기질”(1909), “해부학 권 일”(1909), “신편 생리교과서 전”(1909), “외과총론”(1910) 등 13권이다. 이중 1910년에 나온 “외과총론”만 세브란스병원 출판이고 나머지는 제중원 출판이다. 또한 이들 책의 번역자는 제일 처음 출판된 “약물학 상권, 무기질”만 에비슨과 한국인의 공동 번역이고, 나머지는 김필순, 홍석후, 홍종은 등 3인의 한국인 의사 번역이다(Kang & Kwon, 2017).
“간호교과셔” 상하권은 우리나라 근대 이행기에 만들어진 서적의 특징과, 시대에 앞선 출판물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즉, 별도의 제목을 겉표지에 세로로 붙인 것이나 표지까지 끈으로 묶는 선장본 양식으로 제본을 한 점 등은 전근대 책자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1905년부터 교과서에 다수 적용되기 시작한 양지와 신연활자 사용 이외에도, 삼면에 면주를 둔 것, 그리고 면주는 한글과 영어를 모두 사용했다는 점 등에서 출판물로서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한지를 선장본 양식으로 제본하고 각각의 낱장 가운데 접히는 부분인 판심에 제목과 쪽수를 기입한 1906년 출판 “해부학”(Park, 1998), 본문의 외곽에 쌍변을 두른 다음, 그 좌우로 면주(面註)를 넣어 근대적 교과용 도서로서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고 평가를 받는 1907년 발행 학부 검정 도서 “유년필독”(Lee, 2008)보다 더 나아가 가장 앞서나간 형식을 취하였다. 또한 좌우 면주는 한글로 쪽과 본문 내용을 표시하고 상부의 면주는 영어로 본문 내용을 표시하여, 이 책으로 가르쳐야 하는 서양인 간호사도 원하는 부분을 찾기에 편리하고, 한국인 간호학생은 원하는 부분을 찾기 편리할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요 용어를 영어로도 익힐 수 있게 하였다.
“간호교과셔”는 한글 전용 원칙은 서양인 간호사와 한국인 간호학생을 두루 편리하게 함으로써 간호학 교재로서의 역할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초기 간호학생은 정규 교육 경험이 없어 수습 과정에서 한글과 영어 알파벳, 로만 숫자, 간단한 산수 정도를 익히고 나서 정식으로 입학한 이후에 한자 등을 배웠고, 에드먼즈 등 서양인 간호사들은 대개 한글은 금방 배웠지만, 워낙 간호사가 부족해서 실무를 하느라 한자까지 익힐 시간을 따로 들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성서를 번역할 때부터 선교사들이 번역, 발행한 책은 공통으로 한글 전용이었다. 또한 1910년까지 제중원에서 출판된 교과서도 모두 한글 전용이었다. 그렇지만 관립의학교와 대한의원에서 번역한 의학 교재는 국한문 혼용이었고(Park & Park, 2011), “간호교과셔”와 같은 해에 같은 인쇄소에서 출판된 “대수학교과서” 역시 국한문혼용인 등 당시의 근대 교과서가 다 한글 전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글만을 사용하면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약물학 상권, 무기질”에서는 한자를 괄호 안에 넣어 보완하였다. 즉, 한자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다(Park & Park, 2011). 다른 초기 의학 교과서에서도 간간이 한자와 영어를 사용하고 한자는 괄호 속에 표기하였다(Park, 1998). “간호교과셔”에서는 한글 전용을 원칙으로 하되, 생소한 근대과학용어와 의학용어는 괄호표시를 하고 그 안에 한글 풀이나 한자나 영문 단어를 추가하였고, 때로는 그중 두 가지를 병기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소한 의학과 과학 용어를 최대한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간호교과셔”는 서문을 통하여 책의 발간 목적과 특징, 번역과 검열에 참여한 한국인의 명칭을 정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이렇게 역자 서문을 따로 둔 것은 1910년까지 출간된 의학 교과서 중에 “약물학 상권 무긔질”(Kang & Kwon, 2017)과 “간호교과셔” 뿐이다.
“간호교과셔”의 원본은 중국에서 간호학 서적으로는 최초로 출판된 “후빙야오슈”이다. 중국의학협회 화중지부에서 엮어서 1904년 194쪽 분량의 양장본으로 출판했는데, 1916년에는 수정 증보한 3쇄가 나올 정도로 널리 사용되었다. 서양 간호의 기본 내용을 편역하여 소개하여 중국에 간호교육을 촉진하고, 중국인이 간호학이라는 새로운 서양과학 분야에 대하여 이해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Lu, 2002).
“후빙야오슈” 본문은 9명의 의사가 나누어 편역한 9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영문 목차는 “Introduction: Elementary Anatomy and Physiology: Surgical Nursing I, Surgical Nursing II, General Nursing, Nursing in Medical Cases, Obstetrical Nursing, Nursing in children“s Disease, Glossary”로 되어 있다(Nursing in Mission Stations, 1907). 이렇게 “후빙야오슈”의 장 제목은 “간호교과셔”의 영문 장 제목과 일치하고, “간호교과셔”의 외과 간호법 이후의 목차는 “후빙야오슈” 3장 “Surgical Nursing”의 목차와 거의 동일하다. 이를 통하여 “후빙야오슈” 의 1, 2, 3장이 “간호교과셔” 상권으로, 그리고 4장부터가 “간호교과셔” 하권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빙야오슈”는 “간호교과셔”를 어떤 모습으로 출판할 것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도 원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첫째, “후빙야오슈”가 한문 표제장에 이어 영문 표제장을 둔 것처럼 “간호교과셔”도 속표지 첫 장은 한글로, 둘째 장은 영문으로 하였다. 둘째, “후빙야오슈”가 목차를 영어와 중국어로 한 것처럼 “간호교과셔” 상권은 목차를 영어와 한글로 하였다. 셋째, “후빙야오슈”가 쪽마다 장 제목을 한문으로 표기하고 영문으로 목차를 표기한 것처럼 “간호교과셔” 하권에서는 쪽마다 장 제목을 한글로 표기하고 영문으로 목차를 표기하였다.
“간호교과셔”의 편역자 에드먼즈는 “후빙야오슈”를 완역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내용을 가감하는 융통성을 발휘했다. 에드먼즈는 미국에서 방문간호사로, 그리고 한국에 보구여관의 간호사이자 간호학교 교사로 일한 약 15년의 실무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인 간호학생에게 어떤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야 하고 어떤 부분은 간단히 해도 되는지를 판단했을 것이다. 이렇게 원본을 완역하지 않고 한국 학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내용을 가감하는 것은 “약물학 상권, 무기질” 등(Park & Park, 2011) 당시 많은 번역서에서 적용된 방법이었다.
“간호교과셔”의 첫 부분에서 강조하는 것은, 의사에게 복종하고, 환자를 잘 살펴 의사에게 보고하라는 의사 보조로서의 역할이다. 그 다음이 환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라는 것이다. 이러한 강조점은 당시 신에의 복종과 의사 내지 상급자에의 복종을 동일시하던 간호 실무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의사가 저술한 “후빙야오슈”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간호교과셔”의 본문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고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외과 간호법”이다. 상하권에 걸친 외과 간호법은, 기본간호술 부분보다 먼저 등장하고, 상하권 분량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외과 간호법이 이렇게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은 당시 서양의학이 중국이나 한국 의학에 비하여 우위를 보인 면이 소독 및 수술 등의 외과 분야였다는 것과, 동북아시아에서 의사가 서양 의료를 시행할 때 전문적 보조가 가장 절실한 부분이 소독과 수술을 중심으로 하는 외과 분야였다는 점을 동시에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근대 서양 의료의 특장점인 소독과 감염 예방에 대한 강조는 이후 모든 장에서 마찬가지로 반복된다.
기본간호술을 포함하여 병원 간호의 일반적 부분을 다루는 “병인 간호하는 법”은 그 다음으로 많은 분량인 47쪽을 차지한다. 간호사의 자기 건강관리와 청결에 대한 강조에서 시작하여 병상과 병실 관리, 환자의 정서 상태를 포함한 정신과적 간호, 통증을 비롯하여 의사에게 보고하고 대처해야 할 환자의 증상과 증후, 각종 신체 간호, 환자식이 등을 다루었다. 특히 각종 찜질 만드는 방법이 종류별로 나와 있는 것으로 당시 환자 간호에 찜질이 특히 많이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활력 증후 중에 체온, 맥박, 호흡을 측정하는 방법만 기술되어 있고 혈압이 언급되지 않은 것은, 20세기 초 발명된 수은 혈압계가 의료계에서 널리 이용되기 이전에 “간호교과셔”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권 세 번째 장인 “내과간호법”에서 내과란 무엇인가, 내과의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섭양, 음식 조절, 내외용 약의 세 가지, 그리고 내과의 종류에 따른 특징과 간호법을 설명하였다. 내과 간호에서도 감염병과 감염 예방이 중시되는데, 학질, 장티푸스 등 개별적으로 기술된 감염병은 동북아시아지역에서 유행하는 것을 반영하였고, 심각한 감염병이나 지역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던 황열병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는 산과 간호를 “산모 간호법”과 “갓난아이 간호법”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동북아시아에 진출한 서양 근대식 병원에서는 출산을 다루었는데, 특히 에드먼즈가 간호학교를 설립한 보구여관이 여성과 어린이 전문이었기 때문에 산과 간호가 더욱 중요하였다. 이시기 서양 근대 의학에서는 분만 전후 감염 예방으로 주산기 사망을 줄인 것이 큰 장점이었는데, 산모 간호법 부분을 소독에 대한 강조로 시작하여, 분만 전, 분만, 분만 후의 과정에 따라 간호사가 관찰하고 준비할 것을 기술하였다. 또한 출산 전후 유방관리 역시 포함된 것은 당시에도 산과 간호가 출산에만 초점을 두지는 않았고 모유 수유와 젖몸살에 대한 준비를 중시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어진 갓난아이 간호법에서도 반복하여 위생적 처리를 강조했는데, 씻어서 깨끗하게 하기 쉽다는 이유로 병보다 잔과 은 숟가락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 것은 당시에 소독과 위생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려준다.
마지막 장인 “어린아이의 병 간호법”은 7쪽에 불과한 분량이다. 그렇지만 어린이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하니 간호사가 특히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고, 어린이는 투약 순응도가 낮으므로 약을 잘 먹이도록 강조하고 약 먹이는 방법을 기술하며, 어린이를 간호할 때 특별히 주의할 점과 어른 간호와의 차이점을 기술한 것을 통하여 이 분야가 성장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했던 에드먼즈는 “간호교과셔”를 번역하는데 영어에 능숙한 한국인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는 의학교 학생 및 졸업생이 번역에 참여하거나 번역을 담당했던 초기 의학 교재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함께 번역을 한 사람은 보구여관 간호학교에서 한자와 한글 등을 가르치던 장재선이다. 번역을 하는 방식은 에드먼즈가 구역(口譯)하면 장재선이 필술(筆述)하는 형식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은 중국에 파견된 의료선교사가 서의한역서(西醫漢譯書)를 편찬했던 방식이자 “약물학 상권, 무기질”의 번역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방식이다(Park & Park, 2011).
검열에 참여한 5명의 한국인은 모두 기독교 신자로 하란사와 여병현은 영미에서 유학을 하였고 현순은 하와이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며, 여병현과 오세광은 “간호교과셔”와 별도로 자신의 번역서를 낼 정도로 영어가 능숙하였다. 당시 이화학당, 배제학당 등에서 교육을 담당하였고, 전후로 민족운동과 교육운동에 활발히 참여한 적극적 활동가였다.
보구여관 간호학교는 초기부터 위크스의 “Textbook of Nursing”을 필요한 부분마다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또한 막스웰(Maxell)과 포프(Pope)의 “실용간호학(Practical Nursing)”도 부분적으로 번역하여 간호교육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크스의 책을 완역하여 출판하지 않고, “후빙야오슈”를 입수하자 번역에 착수하여 약 5년에 걸쳐 상하권으로 완간한 이유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부학 교과서가 출판된 과정을 통하여 짐작할 수 있다. 제중원을 중심으로 선교계 의학교육을 이끌고 있던 선교의사 에비슨은 두 번이나 번역이 완성된 헨리 그레이(Henry Gray)의 해부학 책을 출판하지 않고, 일본인 이마다 쯔카네(今田 束) 저서인 “실용해부학(實用解剖學)”을 김필순으로 하여금 번역하도록 하여 1906년 우리나라 최초의 해부학 교과서로 출판시켰다. 그 이유는 영문 서적의 번역 보다는 일본 서적 “실용 해부학”이 의학 용어의 번역에 있어서나 전반적인 글의 번역에 있어서나 훨씬 용이했기 때문이다(Park & Park, 2006). 마찬가지로 근대 과학 용어와 의학 용어가 한국어로 번역되고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영문 간호서적을 한국말로 옮기는 것은 1903년 3월 한국에 도착하여 한국어와 한글에 능숙하지는 않았던 에드먼즈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국인 중에 누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아직 영어와 간호를 모두 잘 아는 한국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문에 조예가 있는 한국의 지식인은 일반적인 중국 서적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중국어로 쓰인 전문용어 역시 이해하기 용이한 점이 있었다. 따라서 보구여관 간호학교에서 한글, 한자 등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던 장재선은 “후빙야오슈”를 이해하고 번역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호교과셔”가 실제 간호교육에 사용된 것은 1910년 간호교육에 관한 보고에서 나타난다. “간호교과셔”는 특정 시간에 특정 선생이 가르치는 형태라 아니라, 간호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자습하고, 상급반 학생들이 초보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모든 학년 모든 학생에게 사용되는 그야말로 “교과서”로 사용되었다(Cutler, 1911).

결론 및 제언

1908년과 1910년에 상하권이 나온 “간호교과셔”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출판된 간호학 서적이지만, 편역자의 서문을 따로 두고, 각 면의 왼쪽이나 오른쪽 뿐 아니라 상부에도 면주를 두어 원하는 부분을 찾기 쉽게 하였다는 점, 한글 전용을 원칙으로 하되 전문 용어는 한글 설명, 영어, 한자를 추가하여 학생이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는 점 등에서 당시 출판된 교과서 중에 가장 앞선 형태를 보였다.
원저를 영미 간호학 서적이 아니라 중국에서 출판된 “후빙야오슈”를 원저로 하였으며, 편역자는 선교간호사 에드먼즈였지만, 보구여관 간호학교를 비롯한 근대식 학교의 한국인 교사 6명이 번역과 검열에 참여하여 “간호교과셔”를 완성하였다.
“간호교과셔”의 내용은 총론, 외과, 기본간호, 내과, 산과, 소아과 등으로 나누어진다. 그중 동북아시아에 진출한 서양의학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외과, 특히 수술 전후 준비와 처치의 비중이 컸고, 모든 부분에서 세균과 소독, 감염 예방을 중시하였다. 의사와 상급자에의 보고와 복종을 강조한 것은 이를 기독교도로서 신에 대한 복종과 동일시하던 당시 간호의 경향을 반영한다.
본 연구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를 제언한다.
첫째, 미국에서 출판되어 보구여관에서 교육에 활용되었던 위크스의 “Textbook on Nursing”, 그리고 “간호교과셔”의 원본인 “후빙야오슈”와 “간호교과셔”와의 원문 비교를 통하여 20세기 전환기 미국의 간호, 중국의 간호, 한국의 간호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를 제안한다.
둘째, 이후 일제강점기 간호학교에서 사용된 간호학 교재와의 비교를 통하여 “간호교과셔” 출판 이후 간호교육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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