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분석 결과, 20개의 하위범주와 10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도출된 범주들 간의 관계를 축코딩 과정을 통해 분석한 결과, 본 연구의 중심현상은 ‘감염병 앞에 위축되는 몸과 마음’으로 나타났고, 인과적 조건은 ‘떠밀리듯 무방비로 시작된 임상실습’으로 도출되었다.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맥락적 조건은 ‘임상실습에 대한 양가감정’이었으며, 중심현상을 다루기 위해 사용된 작용/상호작용은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기’, ‘나를 지킬 방어막 구축하기’, ‘배움에 집중하기’로 나타났다. 작용/상호작용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중재적 조건은 ‘힘이 되는 동기의 지지’, ‘보호막이 되어주는 정책적 지원’이었고, 작용/상호작용 전략을 통해 나타난 결과는 ‘감염병 상황의 현실에 순응하기’, ‘예비간호사로 성장의 발판 다지기’로 나타났다. 분석을 통해 밝혀진 중심현상을 모든 범주와 연결하고 통합하기 위해 지속적 비교분석을 사용하여 핵심범주를 도출하였다. COVID-19 감염병 시대에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 적응과정을 설명하는 핵심범주는 ‘감염병 시대의 제약을 감수하며 배움의 현장 지키기’로 도출되었으며,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 적응과정은 ‘혼란기’, ‘위축기’, ‘조정기’, ‘성장기’라는 네 단계로 나타났다(
Figure 1).
핵심범주: 감염병 시대의 제약을 감수하며 배움의 현장 지키기(Core category: keeping the place of learning while adhering to the restrictions of the era of pandemic)
COVID-19 감염병 시대에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 적응 경험은 ‘감염병 시대의 제약을 감수하며 배움의 현장 지키기’ 과정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맞닥뜨릴 수 있는 바이러스로 인하여 생전 처음 경험하는 여러 위험과 불편 등의 다양한 제약을 감수하며 실습에 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배울 수 없었던 방역체계의 현장감을 경험하며 배움의 현장을 꿋꿋이 지키고 있었고 한층 더 성숙한 예비 건강수호자로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 인과적 조건(Causal condition)
인과적 조건은 중심현상이 발생하도록 하는 사건이나 상황으로서 본 연구에서는 ‘떠밀리듯 무방비로 시작된 임상실습’으로 도출되었다.
• 떠밀리듯 무방비로 시작된 임상실습(Clinical practice that started without any protection)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COVID-19 감염병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임상실습에 대해 능동적으로 선뜻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의무적인 실습시간을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실습으로 내몰린다는 느낌을 가진 채 병원으로 향했다. 이렇게 내키지 않는 임상실습에 임하는 것은 임상실습을 경험한 학생들이 취업에서 더 유리한 입장일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참여자들의 인식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뭐 실습을 1000시간을 채워야 해서 나가야 하긴 하지만 너무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나 병원 측이나 우리를 너무 준비되지 않은 상황으로 밀어내서 너무 무섭고 자기가 코로나 걸리면 결국은 책임과 건강 리스크는 본인이 다 져야 되가지고… 우리를 실습으로 약간 사지로 몰아 넣었구나 이런 느낌이 있었어요(참여자 13).
앞으로 병원 실습 못 나가면 대학병원 중 어떤 병원은 실습을 나간 친구들을 더 많이 뽑는다더라 저희들끼리 그런 말이 있습니다. 면접 때 실습한 친구들은 가산점을 준다하고…(참여자 1)
● 맥락적 조건(Contextual condition)
맥락적 조건은 중심현상이 놓여 있는 구조적 장에 영향을 주는 전후 관계나 개인적인 상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임상실습에 대한 양가감정’으로 나타났다.
• 임상실습에 대한 양가감정(Ambivalence on field clinical practice)
참여자들은 임상실습이 주는 학습의 효과와 COVID-19 상황에서 진행되는 임상실습의 당위성에 대한 혼란의 양극단 어딘가에 있었다. 실제 환자를 관찰하며 임상에서 진행되는 실습은 대체 실습에서 얻지 못하는 유익한 배움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이런 전염병이 팽배한 시기에도 병원에서 실습을 할 수 있는 상황에 감사하였다. 하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임상실습이 이 시점에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내적 물음을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임상실습에 대한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양가감정의 정도에 따라 중심현상인 감염병 앞에 위축되는 몸과 마음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는데 양가감정의 정도가 클수록 감염병 앞에 몸과 마음의 위축 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났으며 양가감정의 정도가 작을수록 몸과 마음의 위축 정도는 더 약하게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근데 처음에는 정말 이게 맞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너무 노출이 강하긴 한데 이 속에서 그냥 내가 나를 지켜야 되는 거고 병원 가서도 배울 게 많고 감사하긴 한데 너무 혼란스럽고… 가는 게 맞는 건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취업)나중을 생각하면 진짜 병원에 있는 게 맞는 건데… 너무 불안하다는 생각이 엄청 컸던 것 같아요(참여자 11).
● 중심현상(Central phenomenon)
중심현상은 참여자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심리·사회적 문제이다.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중심현상은 ‘감염병 앞에 위축되는 몸과 마음’으로 나타났다.
• 감염병 앞에 위축되는 몸과 마음(Body and mind that shrinks in front of infectious diseases)
참여자들은 임상실습에 대한 기대와 염려 속에 실습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작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실습지가 닫혀버리고 실습 운영이 축소되면서 많은 사례를 접할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임상실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종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야만 가능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여러 불편을 견뎌야 했다. 또한 생활의 전 반경에 있어서 지침을 지켜보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이게 될까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최선을 다해 방역지침을 지켜도 언제든 예기치 않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임상 현장이기에 스스로 위축되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실습에 임할 수밖에 없었고, 서로의 일상에 대한 감시의 시선으로 동료들 간의 관계도 움츠러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참여자들은 반복되는 불안과 긴장감을 여전히 지닌 채 실습 학생으로 버텨나가고 있었다.
정신이나 아동 파트로 실습을 나간 적이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일단 마스크 쓰고 9시간 동안 실습한다는 게 숨도 가쁘고 귀도 아프고 너무 힘들거든요. 또 벗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자유롭게 물을 마시는 것도 제한적 이어서 많이 힘들었어요(참여자 15).
이제는 SNS로 자기가 뭘 하는지 다 올릴 수 있는 시대니까. (다른 학생들이)실습 끝나고 술집 가거나 그런 거 올리고 계속 좀 그랬어요.······너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 피해받아서 못 나가면 책임질 거냐고 해서 막 싸웠다는 애들도 있었죠.. 실습 시간 이후 오프 때나 그런 일상의 삶에서도 영향이 많았던 것 같아요(참여자 13).
제 친구가 실습 나간 병동에 확진자가 있었고 병원에서는 그 확진자가 누군지 말해 주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냥 퇴근했는데, 다음날 출근을 하니까 병원 샘들이 니들 왜 왔냐 가라 이렇게 해서 (병원 출근했다가)다시 나오고 학교에서는 빨리 답도 안주고 계속 저희는 기다리기만 하고 내일이 되면 그게 또 터지면 그냥 내일은 오프해라. 그래서 내일 또 어떻게 될지…(참여자 11)
● 중재적 조건(Intervening condition)
작용/상호작용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중재적 조건은 ‘힘이 되는 동기의 지지’, ‘보호막이 되어주는 정책적 지원’으로 도출되었다. 중재적 조건인 동기 지지와 정책적 지원에 대한 참여자의 인식 정도에 따라 이들이 사용하는 작용/상호작용 전략의 양상과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 힘이 되는 동기의 지지(Support from colleagues who give strength)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시대적으로 같은 고충을 겪고 있는 동기들과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끼며 서로 챙겨주고 격려하면서 외로운 상황에서 함께 하는 동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되었고, 한 명이 감염되면 조원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서로를 위해 더욱 조심했다. 참여자들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주려고 노력하였고, 실습 병동에서 COVID-19 감염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다른 병동 친구들에게 즉시 정보공유를 하면서 안위를 걱정해 주는 등 동기들의 지지는 감염병 상황에서 어려운 실습 과정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실습하면서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격려해주고 서로 경각심도 심어주면서 함께 가는 분위기가 힘이 됐어요. 병동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다른 조에 빠르게 알려준다든지, 조심하라고 말해 주기도 하고 힘든 코로나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는 실습이었던 것 같아요…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같은 상황이니까 서로 정보공유도 빨리하고 조심해야 될 것들을 서로 잘 챙겨주고 마스크 없으면 빌려주고… 역시 동기가 힘이고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 있었으니까 힘이 됐어요(참여자 5).
• 보호막이 되어주는 정책적 지원(Policy support to protect oneself)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간호학과 실습생을 위한 국가와 학교 측의 정책적 지원을 받으면서 보호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였다. 초기 COVID-19 감염병 상황에서 첫 임상실습이 시작되었을 때 간호학과 실습생들은 의료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백신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었고, 누가 확진되었는지 그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불안감이 가중되었다고 하였다. 이후 실습 전 COVID-19 PCR 검사가 의무화되었을 때는 검사 비용 일부를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호소하기도 하였지만 점차 사회적으로 위험 의식이 확산되고 백신이 보급되면서 접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PCR 검사 비용이 무료로 전환되었다. 더불어 학교 측으로부터의 방역 실시와 마스크 제공 등과 같은 물적 지원과 교수님들의 지지를 통하여 참여자들은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임상실습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였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학교와 병원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의 연계를 통한 빠르고 정확한 공지의 전달은 참여자들로 하여금 심리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고 성실히 임상실습에 임할 수 있는 보호막이 되었다.
실습생도 의료진이랑 같은 상황에 놓이는 건데 국가도 병원도 실습생에 대해서는 안일하고. 근데 지금은 백신 신청도 받고 있고… 지금은 코로나 검사 없이는 못 들어간다 이런 식의 제한도 많아져서 안심되고, PCR 검사 비용도 지금은 무료지만 그전에는 학생 부담이라서 불만이 많긴 했어요. 그래도 학교 측에서 마스크 지급하고 방역도 나름 실시하고 이런 것들이 저희 입장에서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었거든요(참여자 13).
저희가 학교 소속이다 보니까 학교 측에서 병원이랑 좀 더 연계를 잘 해주셔서 그런 공지 사항들을 빠르게 넘겨주셨으면 좋겠고 아직 매뉴얼이 확실히 구축되어 있진 않지만 빨리 공지해주셨을 때 저희가 더 안심하고 실습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교수님들 공지 주실 때도 이런 부분은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부산시에 자문해보고 답변 오면 바로 공지하겠다 그런 공지가 되게 안심이 되고 교수님들이 우리를 생각해 주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참여자 12).
● 작용/상호작용 전략(Action/interactional strategies)
중심현상인 감염병 앞에 위축되는 몸과 마음을 관리하기 위해 참여자들이 사용한 작용/상호작용 전략은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기’, ‘나를 지킬 방어막 구축하기’, ‘배움에 집중하기’로 도출되었다.
• 긍정적 사고로 전환하기(Shifting to positive thinking)
COVID-19 감염병 시대에 임상실습을 나가야 하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주어진 현 상황에서 소소한 장점을 찾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하였다. 실습시간이 단축되면서 약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경우도 있었고, 갑자기 COVID-19 확진자가 발생하여 대체 실습으로 전환되었을 때는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오히려 몸이 편한 기회가 생겨 기쁜 마음이 들었다. 또한 이 시대에 당연히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는 참여자들에게 큰 불편감을 주기도 했지만 반면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 같은 심리적 자유로움을 주었고, 감염과 냄새를 어느 정도 차단해 준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저희가 8주 연속으로 실습하면 (너무 지쳐서)중간에 조금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마침 그때 코로나가 터져서 교내실습으로 바뀌면서 애들이 엄청 좋아했어요(참여자 6).
이제 마스크를 쓰니까 화장도 안 해도 되고 익명성이 좀 보장되는 느낌이 있어서 약간 자유로운 느낌이 있었어요. 조금 실수하더라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 그런… 병원이 훨씬 균이 많은 공간인데 무조건 다 마스크를 끼게 해주니까. 환자분도 잘 끼고 계시고 친구들도 잘 끼고 있고 뭔가 안심이 되는 느낌 그런 장점도 있었고, 또 어떤 병실에 들어가면 환자채취 이런 냄새들이 좀 강하게 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마스크 끼고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좀 덜 맡게 되고 그랬어요(참여자 9).
• 나를 지킬 방어막 구축하기(Building a shield to protect oneself)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진행했던 임상실습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때보다 체력적으로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고 하였다. 임상실습을 하는 동안 COVID-19 감염으로부터 나를 지켜내고자 체력 보강에 더욱 힘쓰며 면역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충분한 휴식과 식습관 개선, 꾸준한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지켜나갔고 소모임이나 일상생활 반경을 줄이고 본인뿐만 아니라 학교와 병원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는 등 참여자들은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고자 하였다.
마스크를 쓰고 실습했던 시기가 훨씬 체력적으로 힘들게 느껴졌어요.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면역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분히 쉬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3번 정도 조깅을 하기도 하고, 기숙사라 밥을 많이 못 챙겨 먹어서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면 과일이나 건강식으로 잘 챙겨 먹으려고 했어요(참여자 3).
저희가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병원에 피해를 주지 말자고 항상 조심하자고 되새기면서 실습이 끝난 뒤에는 바로 집으로 귀가하고 외부와의 접촉을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했어요. 보통은 실습 조끼리 금요일 이브닝 하면 새벽까지 놀고 엄청 끈끈하게 많이 만나는데 안 놀았던 것 같아요(참여자 10).
• 배움에 집중하기(Focusing on learning)
COVID-19 감염병 시대에 참여자들의 임상실습은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었지만 막상 실습시간이 주어졌을 때는 감염 상황의 인식에서 벗어나 학생 간호사로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 마무리 짓고 싶어 했다. 또한 앞으로 일하게 될 간호 현장이라는 생각으로 병원 내 감염관리의 기본수칙 및 대응체계 습득에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참여자들은 시대적 상황에 맞는 병동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생생하게 체험하고 익히면서 배움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래도 주어진 실습이었으니까 마지막 마무리를 잘하자 이런 거였고 일단은 병원에 들어서면 코로나 상황에 대한 생각보다는 실습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일단 실습을 왔기 때문에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것을 배우자… 이 상황의 병동 분위기를 체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참여자 2).
감염병이 터진 상황에서 당일 바로 입구봉쇄 하고 보호자 면회를 제한하는 거. 엄청 체계적으로 즉시 시행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상황이 오히려 뭔가 제가 생각하기에는 흔하지 않은 실습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특별한 실습을 경험한다는 생각을 했어요(참여자 6).
● 결과(Consequences)
참여자들은 COVID-19 감염병 시대에 임상실습을 하면서 다양한 작용/상호작용 전략을 사용하였고, 그 결과로서 ‘감염병 시대의 현실에 순응하기’, ‘예비간호사로 성장의 발판 다지기’가 도출되었다.
• 감염병 시대의 현실에 순응하기(Adapting to the reality of infectious diseases situation)
COVID-19 감염병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참여자들은 감염병 상황에서의 임상실습에 무뎌지기 시작했고 초기보다 공포감이 옅어졌다. 이 상황이 지속될 때를 대비해 앞으로 참여자들이 몸담게 될 의료 현장에서 가중된 간호 업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참여자들은 고된 의료 현장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에게 충분한 권리보장과 처우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도리어 희생만 요구하고 있는 실상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더 나아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감염병 상황과 예측 불가능한 의료 현장의 미래에 대하여 참여자들은 막연한 불안함을 느꼈다.
맨 처음 느꼈던 공포감보다는 지금 많이 옅어진 것 같아요. 적응도 됐고 코로나 상황에 좀 무뎌진 것 같기도 해요. 뭔가 이게 지속될 수도 있겠구나. 이 상태로 가야 한다면 어차피 간호사가 돼야 하고 그냥 이 속에서 익숙해지는 게 나은 건가 생각이 들었어요(참여자 11).
상황이 점점 길어지고 일은 더 고되 지는데 거기에 대해서 좀 개선이 없는 것을 보면서 말로만 하는 감사인가 하는 회의감이 저는 좀 들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열심히 하고 고되지만 제 생각보다 의료진들의 처우개선이나 권리보장이 안 되어 있구나… 내년에 당장 취업을 나가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의료 현장이 더 바빠지고 힘들겠구나…(참여자 13)
• 예비간호사로 성장의 발판 다지기(Strengthening a foothold to grow as a future nurse)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COVID-19 감염병 상황에서 현장감 있는 감염병 관리체계를 익힐 수 있었고 소홀하게 여겼던 감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지식이 확장되었다. 또한 이런 암담한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꿋꿋이 그 자리에서 환자를 보살피는 간호사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을 느꼈고 다시 한번 간호사라는 직업,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인력인 만큼 힘들어도 꼭 그 자리를 지키는 예비간호사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었다.
음압병실, N95 마스크, 방호복, 감염병 전파경로, 코호트 격리 이런 개념들 강의 시간에 배웠지만 와닿지 않았던 것들이 실제로 가서 보니까 이해가 잘 됐고… 뭔가 코로나가 없었으면 감염을 조금 소홀히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감염관리 같은 것에 의식이 좀 높아졌어요(참여자 9).
저는 뭔가 이런 상황 속에서 이제 간호사, 의사, 의료진의 역할이 이번에 엄청 많이 더 부각 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실습은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저희도 그렇고 진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계속 어떻게 보면 자기 자리를 지키는 거잖아요. 진짜 책임감이 강하고 그래서 나도 이런 샘들처럼 계속 힘들어도 어려워도 버티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참여자 11).
COVID-19 감염병 시대, 간호대학생의 병원 임상실습 적응과정
본 연구 결과, COVID-19 감염병 시대에 간호대학생의 임상실습 적응과정은 ‘혼란기’, ‘위축기’, ‘조정기’, ‘성장기’의 네 단계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일 방향의 순차적 과정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상황과 변화에 따라 상호작용을 하는 순환적 과정이었다.
● 혼란기(Phase of confusion)
‘혼란기’는 참여자들이 COVID-19 감염병 상황임에도 임상실습을 나가야 하는 학생의 책임과 자신의 안전에 대한 염려로 인한 갈등으로 시작되는 단계이다. 예비간호사로서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에 대한 필요성과 지침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병원에 아무런 준비 없이 내몰려지듯 시작된 실습에 적극적으로 임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떠밀리듯 시작된 임상실습 앞에 당황스러웠지만, 감염병 상황에서 대부분의 임상실습의 길이 막힌 시기에 병원에 현장실습을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1,000시간의 임상실습 시간을 충당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임상실습에 나가야 한다는 거리낌을 느끼며 양가감정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 위축기(Phase of withdrawal)
‘위축기’는 참여자들이 COVID-19 감염병 시대에 임상실습을 하면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몸과 마음이 위축되는 단계이다. 자의든 타이든 실습 현장에 나간 참여자들은 각종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임상실습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특히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실제를 경험해 보리라는 기대들이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확진자 발생이나 방역단계 상향으로 실습 직전에도 실습지들이 닫히는 경우들이 발생했다. 병동에 나가서도 각종 제약들이 추가되어 마스크를 쓴 채 물조차 편하게 마시지 못하고 9시간을 버텨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환자들과의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느끼며 실습을 하며, 병원을 나와서도 임상실습 기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동선 관리에 강박적으로 신경을 써야했다. 학생들 간에도 혹시나 일탈의 경험이 감염으로 이어질까 서로 경계하면서 관계의 위축을 경험하는 참여자들도 있었고, 언제 어떻게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모호한 두려움에 불안을 경험하며 위축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이 상태에 머물지 않고 이러한 제약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임상실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조정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 조정기(Phase of adjustment)
‘조정기’는 참여자들이 COVID-19 감염병 상황에서 임상실습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전략들을 사용하며 당면한 현실을 조정하는 단계로 혼란스러운 감염병 시대에서 주어진 실습시간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고자 노력하는 단계이다. 같은 시기에 실습하는 동기들의 지지는 참여자들에게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고 초기의 위기 상황보다 보완되는 국가와 학교 측의 정책적 지원은 임상실습이 진행되면서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참여자들은 뜻밖의 대체 실습으로 시간적 여유에 기뻐하고 공식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는 환경의 유익함을 발견하는 등 소소한 장점을 찾으며 힘든 현실에서 긍정적 사고로의 전환을 하고자 하였고, 스스로의 건강을 돌보면서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자기 자신을 지켜낼 방어막을 능동적으로 구축하였다. 또한 이들은 어떻게든 감염병 상황에 대한 위축에서 벗어나 배움에 집중하며 꿋꿋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스스로를 조정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러나 참여자들 중 일부는 실습지 확진자 발생 등 예기치 못한 감염병 상황들이 발생했을 때 또다시 몸과 마음의 혼란과 두려움 속에 위축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 성장기(Phase of growth)
‘성장기’는 COVID-19 감염병 상황의 장기화로 열악한 간호 현장 속에서도 참여자들이 간호사의 역할을 재인식하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자 다짐하게 되는 단계이다. 참여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 현장에 대한 공포감이 무뎌졌으며 앞으로 취업하면 겪게 될 가중된 간호 업무에 익숙해지려고 하였다. 또한 간호사들의 고된 업무에 비해 처우개선이 되고 있지 않는 의료 현장에 대한 회의감과 지루하게 장기화되어 결국 자신들의 몫으로 돌아올 감염병의 미래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반면 현장감 있는 감염병 관리체계를 익히면서 감염병에 대한 지식이 확장되었고 힘든 상황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묵묵히 환자를 보살피는 간호사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여자들 또한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예비간호사로 성장해가기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었다.